대통령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다. 선거운동은 물론, 투·개표도 모두 엄격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선거가 비로소 축제요, 국민 통합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대선마다 불청객처럼 불거진 선거 부정 투·개표 논란은 선거무효소송, 나아가 선거 불복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불복의 반복으로 점철된 역대 대선, 이로 인한 사회갈등의 경제적 비용이 연간 최소 82조 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투·개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표사무에 일반 국민 참여, 투표지 분류기와 외부통신망 차단, 보안자문위원회의 개최 등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투표함 보관 및 개표 진행 과정 등을 10문10답을 통해 살펴봤다.
1. 개표는 어떻게 진행되나?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오는 5월 9일 오후 8시에 투표가 종료되면 투표함은 전국 251곳의 개표소로 옮겨진다. 이후 투표지는 투표지 분류기를 통해 정당과 후보자별로 분류되는 과정을 거친다. 분류된 투표지는 개표사무원과 참관인이 한 번 더 확인하고 유효표로 집계된다. 투표지 분류기가 미분류 투표지로 분류한 투표용지가 있다면, 개표사무원과 참관인이 이상 여부를 하나 하나 눈으로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에는 정당 추천 위원이 포함된 선관위원의 검열을 거쳐 위원장이 최종 개표결과를 공표한다.
선관위 관계자는“미분류된 투표지는 개표사무원들이 육안으로 직접 분류하고, 분류된 투표지도 육안으로 다시 확인하며 이 모든 과정에 개표 참관인들도 참여하고 있어 개표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2. 개표 사무는 누가 하나
각 구·시·군 선관위에서 개표를 관리한다. 아울러 개표사무를 보조하기 위해 공무원, 학교 교직원 등을 비롯하여 공정하고 중립적인 일반 국민을 개표사무원으로 위촉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국 251개 개표소에서 4만3700여 명의 개표사무원이 위촉됐다. 경비·경찰과 전기·소방 등 협조요원 1만1500여 명, 개표 참관인 2만여 명 등 모두 7만5000여 명이 개표사무에 참여한다.
3. 일반인도 개표과정 참관 가능?
선관위는 지난해 4·13 총선 때부터 시작한 일반 참관인 제도를 이번 대선에서도 운영할 방침이다. 종전에는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자 참관인만 참관할 수 있었지만, 4·13 총선부터 일반 참관인제도를 신설해 일반인 중에서 개표 참관을 신청하면 해당 지역 인구수 비례에 따라 일정한 수를 참관인으로 선정해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도 정당 및 후보자가 선정한 개표 참관인뿐만 아니라 선관위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일반 국민도 개표의 모든 과정을 참관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일반인 개표 참관인에 공모한 인원은 총 1만2200명에 달한다. 이 중 2200여 명이 직접 개표를 참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누구든지 선관위로부터 ‘개표 관람증’을 발급받으면 개표소 내 구획된 장소에서 개표상황을 관람할 수 있다.
4. 사전투표함은 어떻게 보관하나
재외·거소·선상투표 및 관외 사전투표(해당 구·시·군 관할구역 밖에 주소를 둔 유권자 사전투표)에서 생성된 투표지는 매일 정당 추천 위원의 입회 아래 선관위 내 별도 우편투표함에 보관된다. 해당 구·시·군 관할구역 내에 주소를 둔 관내 유권자 사전투표함은 CCTV가 설치된 선관위 청사 내 별도의 장소에 보관된다.
중앙선관위 선거종합상황실 내에 설치된 통합관제센터는 영상 암호화 및 위·변조 방지기술이 적용된 CCTV를 활용, 전국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5. 투표지 분류기는 어떤 기계?
투표지 분류기는 정확하게 기표된 투표지는 후보자별로 분류하고, 무효 또는 부정확하게 기표된 투표지는 별도로 분류해 다음 단계인 심사·집계부에서 후보자별 유효표와 무효표를 분류하도록 도와주는 기계장치다. 투표지 분류기는 심야에 장시간 개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람의 실수를 보완하는 등 정확하고 신속한 개표를 위해 공직선거법 제178조에 근거해 사용하고 있다. 이번 대선 개표에서는 투표지 분류기의 분류 속도가 1분당 190장가량으로 늦춰질 예정이다. 5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투표지 분류기의 1분당 처리 속도는 310∼340장. 그러나 15명이 출마한 이번 대선에서는 투표지가 그만큼 길어졌고, 처리 속도도 느려지게 됐다.
6. 투표지 분류기 조작 우려 없나
중앙선관위는 투표지 분류기는 외부통신망과 연결돼 있지 않고, 제어프로그램이 위·변조된 경우 아예 작동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해킹이나 보안카드 조작 등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운영용 PC 또한 운영요원 외에는 접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투표지 분류기가 해킹돼 분류가 잘못되더라도 심사·집계부에서 모든 투표지를 육안으로 재확인하고, 이 과정을 정당·후보자의 참관인이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개표 결과를 조작할 수는 없다. 또한 개표 이후에도 투표지를 폐기하지 않고 봉인된 상태로 보관하기 때문에 이의가 있는 정당과 후보자가 소송을 통해 재차 검증이 가능하다.
7. 투표지 분류기 보안체계 검증은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6일 보안자문위원회의를 열어 선거에 사용될 각종 보안카드와 암호화 키를 생성하고 검증했다.
보안자문위에는 원내 5개 정당과 학계·정보기술 관련 공공기관·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13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투표지 분류기 운영 프로그램의 위·변조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보안카드 인증서 생성, 운영 프로그램 설치 후 발생하는 결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증용 보안카드 생성 등 과정을 확인했다.
중앙선관위는 또한 투표지 분류기 보안을 위해 스마트카드를 이용한 공개 키 기반의 전자서명 검증을 적용하고 있다. 조작 방지를 위해 운영 프로그램 설치 시와 프로그램 실행 시마다 위·변조 여부도 검증토록 하고 있다.
8. 개표의 투명성과 정확성 확보는
개표 과정에는 공무원·교사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정당 후보자가 선정한 개표 참관인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일반 유권자가 개표 과정을 직접 참관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지난달 10일부터 14일까지 구·시·군 선관위에서 참관 신청을 받았다. 또한 정당·시민단체·학회·언론 등 추천인사 18명으로 구성된 ‘개표사무 참관단’도 운영해 개표준비 단계부터 완료까지 모든 과정을 참관토록 할 계획이다. 심사·집계부에서는 육안 확인을 더 정확하게 하기 위해 심사 계수기의 속도를 기존 분당 300장에서 150장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www.nec.go.kr)에 개표 단위별 결과를 실시간 공개해 개표소에서 작성한 개표상황표와 확인·대조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9. 투표소에서는 왜 개표 안 하나
투표소 개표는 투표함을 개표소로 이송하는 소요시간을 없앨 수 있어 투표소별로 개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헌법상 독립기관이자 합의제 의결기관인 지역 관할 선관위의 관리·통제가 불가한 상황에서 투표관리관으로 위촉된 공무원이 개표 전반을 총괄 관리할 수밖에 없어 전문성이 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한 투표지 유·무효 판단 곤란 등 지금의 개표방식보다 더 많은 개표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는 등의 단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개표과정에서 이의가 제기되거나 판단이 곤란한 투표지는 결국 구·시·군 선관위가 운영하는 집중 개표소로 가져와 위원회 의결로 처리할 수밖에 없으므로 최종 개표 완료 시간을 단축할 수도 없다. 구·시·군 선관위는 재외선거 개표, 사전투표 개표 등을 위해 개표소를 운영할 수밖에 없어, 결국 투표소 개표는 현행 제도에 비해 신속성·정확성·신뢰성·공정성 등에 있어 장점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10. 선거결과는 어떻게 재검증하나
선거 또는 당선의 효력에 관해 이의가 있는 정당·후보자는 선거소송이나 당선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선관위는 소송 제기 기간 만료일로부터 1개월까지 투표지 등 관계서류를 보관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투표지 분류기 도입 이후 소송을 통해 모두 25차례의 재검표를 실시하였지만 선거결과가 바뀐 적은 한 번도 없다.
2002년 제16대 대선 선거소송에서 대법원이 전체 244개 개표소 중 80개소(총 1104만9311장)를 재검표한 결과, 개표 오류는 단 920표(오류율 0.008%)에 불과했다.
오류의 대부분은 애매한 위치에 기표를 한 미분류 투표지에 대한 법원과 선관위의 견해차에 의한 것이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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