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의 시작, 주천면 산수유 꽃
남원의 향연은 주천면 용궁마을에서 피어나는 산수유 꽃으로부터 시작된다. 개나리보다 더 노란 꽃과 함께 봄을 알리는 주천의 산수유 꽃은 봄을 맞이하는 모든 사람을 설레게 만든다.
한 겨울 웅크리고 웅크리다가 기지개를 켜고 맞이하는 봄의 전령이 이런 느낌일까?
샛노란 산수유 꽃은 겨우내 잿빛에 가려 우울하기만 했던 마음을 깨워 놓기에 충분하다.
산수유 꽃이 피면 용궁마을에서는 축제가 벌어진다.
여느 축제만큼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봄을 알리는 축제로는 충분하다.
오히려 소박하기에 더욱 마음이 간다. 농악단의 풍악놀이, 산수유 그림그리기, 사진촬영, 산수유차 시음회 등 있을 건 다 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축제가 있을까.
남원의 봄은 그렇게 산수유 꽃과 함께 시작한다.
■ 봄의 절정을 부르는 분홍빛 유혹, 요천변 벚꽃
남원의 봄을 부르는 이가 주천의 산수유 꽃이라면, 절정을 노래하는 이는 요천변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벚꽃이다.
겨우내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내 놓았던 벚나무는 4월이 되면 비로소 세상에서 가장 예쁜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은 분홍빛과 하얀빛으로 흔들려 화려한 물결로 채워진다.
벚꽃으로 이름 높은 곳이야 전국에 수도 없이 많지만, 도심 속을 흐르는 천(川)을 옆에 두고 사람이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길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남원의 벚꽃은 그래서 마음이 편해진다. 더군다나 광한루까지 이어지는 요천변 벚꽃길을 누군가와 걷다보면 왠지 모르게 사랑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꽃들 중에 떨어지는 모습이 찬양되는 유일한 꽃이 벚꽃이라고 했던가. 누군가는 너무 짧아 피어있는 모습만 보아도 슬프다고 했지만, 그렇게 짧은 기간을 아름답게 피어 있기에 더욱 사랑스런 봄의 꽃이 아닐까?
■ 지리산을 붉게 물들이는 봄의 완성 지리산 철쭉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향이 느껴진다. 특히 철쭉 군락은 모여 있기에 더 아름다운 풍경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남원의 지리산에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철쭉 군락지, 바래봉이 있다.
산등성이를 따라 쭉 이어진 능선으로 이루어진 바래봉은 그 탓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탐방이 가능하다.
바래봉이라는 이름부터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떼를 엎어놓은 모습처럼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으로 이루어져 붙은 이름이니 산행에 그리 큰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적당히 힘이 들 때쯤 능선에 펼쳐진 철쭉 군락을 마주하면, 올라갈 때 느꼈던 피로감이 싹 가시는 것은 물론 청량감까지 느끼게 해준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의 날씨도 바래봉에서 맞게 되는 봄날을 더욱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남원의 철쭉은 바래봉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아영면 봉화산에 위치한 철쭉 역시 멋진 자태를 뽐낸다.
바래봉과 봉화산 모두 멋진 풍경을 지닌 만큼 이 두 곳에서는 4월 중순부터 한달여 동안 철쭉제를 치른다.
남원의 봄은 이렇듯 주천의 산수유에서 시작해 요천 벚꽃을 거쳐 지리산 철쭉으로 완성된다.
모두 각각의 매력을 지니며 남원에서 펼쳐지는 꽃의 향연이다.
특히, 올봄은 꽃의 향연뿐만 아니라 600년을 맞은 광한루에서 ‘광한춘몽, 사랑에 빠지다’라는 주제로 제89회 춘향제가 5월 8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펼쳐진다.
추어탕, 한정식, 지리산 흑돼지 등등 먹거리도 많은 남원에서, 올 봄, 매주 장소를 바꿔가며 펼쳐지는 산수유 꽃과, 벚꽃, 철쭉을 모두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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