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조5675억원 삭감, 5조4170억원 증액…1500여억원 삭감 -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서명식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예결위원장이 서명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00조5495억원으로 편성된 새해 예산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올해 예산 386조4000억원보다 14조1495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다만 기획재정부의 마무리작업이 늦어지면서 새해 예산안은 차수변경을 거쳐 법정시한(2일)을 4시간 넘긴 3일 새벽3시58분께 처리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2일)을 지키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달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해 여야가 마련한 수정안으로 국회 본회의에 오른 새해 예산안은 재석의원 281명에 찬성 221표, 반대 30표, 기권 30표로 가결됐다.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정부 원안은 폐기됐다.
새해 예산안과 함께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담은 국가재정법, 유아공교육제발전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 등 16건의 예산부수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해 예산안은 당초 정부안(400조7000억원)보다 1505억원이 순삭감된 규모다. 정부는 정부안 총지출 가운데 심사를 벌여 5조5675억원을 삭감하고, 5조 4170억원을 증액했다.
새해 예산안 심사 핵심 쟁점이었던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 문제는 3년 한시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세입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일반회계 전입금으로 하기로 했다.
내년도 일반회계 전입금은 8600억원으로, 이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소요분의 45% 수준이다.
당초 여야 3당은 1조원가량의 정부지원을 촉구해왔으나 정부는 예년도 지원규모인 5000억원에서 2000억원가량의 추가부담만 가능하다고 해 '3000억원'의 간극을 좁히는데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이번 합의에선 여야 3당이 합의안에서 1400억원을 깎고, 정부가 종전 입장에서 1600억원을 올리기로 조율하며 중간지점 정도에 의견을 모았다.
소득세의 경우 연간 1억5000만원 소득자에 대해 38%를 적용하는 소득세율을 근로소득 5억원 이상의 초고소득자에 대해 40%로 2%P 인상, 소득재분배 효과를 강화키로 했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 들어 내세워 온 '증세없는 복지' 기조가 깨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야당이 주장해온 법인세율 인상은 합의에서 빠졌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 정부 지원을 이뤄내며 실리를 얻고, 정부여당은 법인세 인상을 무산시키며 명분을 지켰다는 게 중론이다.
예년 같았으면 '400조원 슈퍼예산'을 놓고 여야가 극심한 갈등을 빚었겠지만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국정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국회마저 예산안을 놓고 공방을 거듭하면서 처리가 늦어질 경우의 후폭풍을 우려해 예산안 편성 주체인 여야정이 합의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여야 간 정치적 대립으로 심사에 난항을 겪었던 예년과는 달리 이번엔 이례적으로 여야 3당이 핵심 쟁점인 누리과정 문제 해결을 위해 막판 합의를 성사시키며 정부를 향한 '국회 합의안' 수용 압박에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새해 예산안에는 경찰·소방관·군부사관·교사 등 공무원 일자리 1만개 이상 확대를 위한 목적예비비에 500억원을 추가 반영됐고, 저소득가구 최저생활 보장을 위한 생계급여 예산 511억원 증액, 장애인 일자리지원예산 138억원 증액, 쌀값 하락에 따른 농민소득 보전을 위한 쌀소득보전변동직불금 5123억원 확대 편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핵심전력증강을 위한 킬체인,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조기구축에 1000억원, 지진대비 인프라 구축등 지진방지대책에 1400억원을 증액했다.
반면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사업, 위풍당당 콘텐츠코리아펀드, 가상현실 콘텐츠 육성사업(VR사업), 개도국 개발협력사업(ODA), 한국국제협력단 출연(코리아에이드 관련) 예산 등 이른바 '최순실 예산'은 약 1800억원이 삭감됐다.
다만 삭감된 최순실 예산의 대부분이 '쪽지예산'으로 둔갑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9월말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실시되고 기획재정부가 '쪽지예산'을 부정청탁의 일환으로 해석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여야도 "올해 쪽지예산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결과적으로 빈말이 됐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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