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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향일도(南香逸刀)’. 남원 춘향골에서 생산되는 뛰어난 식칼이라는 의미입니다. 쓰기에 편리하고 날이 쉽게 망가지지 않아 예나 지금이나 최고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지금도 남원에는 전통의 방식 그대로 명품칼을 생산하는 일곱 곳의 대장간이 존재합니다. 이곳에서도 유일하게 여자의 몸으로 남원칼의 명맥을 잇는 여자 대장장이 정길순 씨를 만났습니다.

 
칼날같이 모진 세월, 붉은 쇠 두드리며 단단해져


남원시 어현동에 위치한 ‘부흥식도’ 대장간. 땅! 땅! 땅! 이른 아침부터 쇠를 내리치는 망치 소리가 대장간을 가득 채웁니다. 여자 대장장이 정길순(65) 씨의 분주한 움직임에 맞춰 소리는 일정하게 울려 퍼집니다. 붉게 달아오른 쇠를 화덕에서 꺼내 커다란 쇠망치로 내려치며 담금질하기를 수십여 차례. 그의 손을 거치면 뭉툭한 쇳덩어리도 어느새 날선 자태를 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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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대장장이 정길순 씨가 전통방식으로 달궈진 쇠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의 방식으로 칼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와 정성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직접 손으로 만드는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부흥식도’를 통해 남원칼을 대표하는 장인의 반열에 올라선 정길순 씨. 하지만 그 여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습니다.


“제가 대장장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대장간을 운영하던 남편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먹고 살기 위해 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남자도 하기 힘든 쇳일이기에, 20대 젊은 여성에게 대장간의 하루하루는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좌절하기 보다는 특유의 근성과 뚝심으로 칼 만드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매일 새벽 4~5시면 집을 나와 쇠를 달구고 식히는 등 담금질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칼날같이 모진 세월이었지만, 붉은 쇠를 두드리는 동안 그의 마음 또한 단단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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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묽든 쇳덩이가 정길순 씨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줍니다>


남원칼의 새로운 부흥을 꿈꾸다


올해로 꼬박 40년째. 오랜 세월 묵묵히 외길을 걸어온 결과 이제 ‘부흥식도’는 지역을 넘어 전국 최고의 명품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그의 딸인 곽명화 씨의 옻칠과 자개 장식이 더해지면서 ‘부흥식도’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어려운 시절, 정말이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특히 제 칼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분들 덕분에 오늘에 이르게 됐죠. 그래서 지금도 대장간을 떠날 수가 없어요. 저를 도와줬던 고객 분들을 외면할 수 없으니까요. 앞으로는 남원칼의 올곧은 계승과 활성화를 통해 지금까지 받은 도움만큼 베풀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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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칼날이 그녀의 매서운 눈빛을 닮았습니다>


현재 그에게는 작지만 큰 소망이 있습니다. 남원칼의 명맥을 오롯이 잇는 동시에, 새로운 부흥을 이끌고 싶은 바람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아들과 제자에게 남원칼 전통제작방법을 전수 중에 있으며, 지난해에는 ‘부흥식도’ 시연·판매장을 따로 열고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중입니다.


[출처] 전북일상-남원칼 - 작성자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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