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의 황제 지리산 두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겨우내 암흑의 땅속에서 간직했던 기운을 온몸으로 밀어 올려 자신이 살아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봄에 나무들의 새순을 따서 먹으면 추운 겨울을 지내고 지칠 대로 지친 인체가 그 나무들의 기운을 얻어 우리도 나무처럼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그것이 두릅의 순이라면 또 다른 설렘이 되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왜냐하면 나무로서의 두릅나무는 참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여리고 가는 잔가지를 달고 그 가지 끝에 물을 올리고 마침내 새순으로 봄을 터뜨린다. 그러나 두릅나무는 잔잔한 여러 가지로 기운을 나누지 않고 자신의 머리 위에 강력한 하나의 순만으로 봄의 기운을 spring처럼 튀어 오르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릅나무의 어린 순인 두릅나물을 일러 나무의 머리 위에 피는 나물이라 하여 목두채(木頭菜)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두릅나무의 어린순은 나물로 얼마나 맛이 좋은지 말하지 말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하여 입술 문(吻)자를 쓰는 문두채(吻頭采)로 부른다.
식품영양학적으로도 섬유질은 물론 질이 좋은 단백질, 다양한 무기질, 비타민 B1, B2, C 등이 함유되어 면역력을 높임은 물론이고 칼슘의 함량도 높아 관절에 좋다고 하니 한의학적으로 알려진 효능이 식품영양학적인 부분과 일치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량의 칼륨도 함유하고 있어 체내 나트륨 배설을 도와 궁극적으로는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 온다. 두릅나무과의 식물들이 대부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사포닌 성분이 고혈압이나 당뇨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두릅나무의 껍질과 뿌리도 당뇨병에 부작용이 없이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침에 뒷집에서 아이들 손에 들려 나물 한 바구니를 보내왔다. 그 바구니에는 마을 뒤로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지리산 자락에서 따온 두릅나물과 다래나무의 순이 하나 가득 담겨 있었다. 아이들 아버지가 이른 새벽에 산을 한 바퀴 돌며 따 온 것을 나눠서 가져온 것이다. 봄에는 산나물을 채취해서 사는 집이라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코를 찌르는 진한 향과 밥상에 올랐을 때의 맛있는 맛이 생각나서 얼른 받아 들었다.
굵고 좋은 것은 소금물에 데쳐서 초장과 먹으려고 따로 정리하고 자잘하거나 억세고 너무 쇤 것은 골라 손질해서 냄비에다 밥으로 했다. 밥을 하는 동안 밥의 구수함과 함께 두릅의 알싸한 향이 오감을 자극하는 것에 몸을 맡기고 그것을 즐기면서 부추를 송송 썰어 넣고 양념장도 만들었다. 그리고 밥을 비볐다. 양념장이 아무리 맛있어도 간은 약하게 하고 비벼야 한다. 그래야 두릅의 맛과 향을 온전히 느끼면서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릅이 있어 좋은 봄이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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