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북쪽의 운봉 딸기 맛나구나!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세대에 따라 미팅의 풍속도도 달라진다. 내가 미팅을 하고 다니던 시절에는 창경원에 벚꽃이 피면 그곳에 가서 ‘밤 벚꽃맞이 미팅’을 하고, 가을에 배가 익으면 태릉의 과수원에서 ‘배밭미팅’을 했다. 그리고 딸기가 익기 시작하는 늦은 봄과 초여름에는 수원까지 가서 하던 ‘딸기밭미팅’도 있었다.
요즘의 젊은 친구들이 들으면 구태의연하다면서 그런 미팅을 재미있어 할 리도 없지만 계절을 모르고 나오는 과일과 채소들로 인해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늦은 봄 미팅에서 만난 풋풋한 젊은 남녀가 노지에 엎드려 따먹던 딸기, 그 딸기가 요즘은 한겨울부터 비닐하우스에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지리산으로 이사를 오던 해 봄에 알고 지내던 한 농부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딸기가 더 이상 상품가치가 없어 수박농사를 지으려 하는데 식구들 먹을 딸기잼을 하려면 와서 따가라는 것이었다. 가끔 만나던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의 농부만 생각했지 그가 어떤 농사를 어떤 규모로 하고 있는지 모르던 나는 그가 알려준 주소로 찾아가서는 그 규모에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어릴 때 거들던 외가 수준의 딸기농사 정도라 짐작했었는데 그 농부가 알려준 주소에 가까워지자 눈이 닿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가 딸기 재배 비닐하우스들이어서였다. 그 해에 나는 뭔가로 떡을 친다는 게 뭔지 경험을 했었고 그 경험을 하게 해준 농장이 소재한 곳은 진주시 수곡면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딸기생산지임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진주시 수곡면은 동쪽 지리산 자락의 끝이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먼 곳이라 아무리 딸기의 최대 생산지라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실상사 귀농학교를 졸업한 지인들이 운봉에서 딸기농사를 시작하면서 우리집은 물론 산내마을 사람들은 이맘때 생산지에서 아침에 수확한 딸기를 바로 받아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몇몇이 마음을 모아 공동구매의 형식으로 딸기를 주문하면 운봉의 딸기 생산자인 육근남농부가 바로 달려와 주기 때문이다.
자연농법으로 노지에서 딸기를 재배하면 4월말부터 초여름까지가 제철이지만 비닐하우스를 통해 딸기를 재배하는 농가는 12월부터 4월까지 장희, 육보, 매향 등 다양한 딸기 품종을 통해 생산하는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지리산의 북쪽인 운봉은 일교차가 심하고 자연재해가 적어 당도가 높고 육질이 단단한 딸기를 생산되고 있다.
딸기는 우리 몸의 비장과 위장을 이롭게 하는 과일로 성질은 서늘하며 약간 시고 단맛을 가졌다. 입안이 마르고 갈증이 날 때 먹으면 좋으며 위를 건강하게 하고 소화를 돕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 소화불량, 식욕부진, 마른기침, 인후통 등에 먹으면 좋다. 사과산, 구연산, 주석산 등의 유기산이 풍부하며 비타민 C가 사과나 귤보다 많이 함유되어 있고 수분이 많아 갈증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직은 외기가 차가운 계절이므로 제철도 아닌 찬 성질의 딸기를 먹는 것이 건강에는 그다지 좋을 리 없다. 자칫 방심하고 딸기처럼 찬 과일을 자주 많이 먹게 되면 몸에 한사가 들어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할 뿐 더러 그 한사가 몸을 괴롭힐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딸기를 제철로 돌려놓기는 어려울 것 같으므로 이제는 맛있는 딸기를 건강하게 먹으려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러므로 딸기를 먹을 때는 너무 자주 많이 먹지 말고 가능하면 따뜻한 성질을 가진 식재료를 같이 먹어서 딸기의 서늘한 성질을 보완해주는 슬기로움을 발휘해야 한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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