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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은 할머니의 품입니다.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jpg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


지리산 최고봉은 천왕봉이지만 지리산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단연 노고단이다.


뱀사골 계곡에서 구례로 이어진 861번 지방도가 개설되며 성삼재까지 차가 갈 수 있는 것이 사시사철 탐방객들의 발길을 끊임없이 불러들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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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걸어서 오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방식 이지만 요즘 세상에야 꼭 그렇게 만은 볼 수 없다. 하여간 지리산 노고단은 도로개설과 함께 편리한 접근성으로 수많은 탐방객들이 찾아들며 환경운동 단체들이 자연훼손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가장 주시하는 곳 중 하나가 되었다.

 

해발1,507m 노고단 정상부는 신비스러울 정도로 넓은 평원이 발달해 있다.


옛날 신라시대의 화랑들이 무예를 닦기도 했다는 이곳에는 고려시대부터 민족의 염원을 빌며 제를 올렸다는 남악사의 이야기가 전해 온다. 지금도 노고단 기슭 구례 화엄사 입구로 옮겨진 남악사에서는 이른 봄이면 해마다 성대한 산신제가 올려 진다.


그래서 일까?. 가슴이 답답한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지리산 노고단에 오른다. 항상 노고단은 내게 위안을 주었다. 아름다운 풍광 때문인지 노고단이 갖고 있는 특별한 신령스러움 때문인지는 알 수 가 없다. 노고단은 고단한 삶에 지친 우리 민족의 염원을 들어주는 산이다.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주는 할머니의 품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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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정상에 서서 동쪽을 바라보면 가까이 반야봉을 마주하고 산 너울 너머 멀리로 천왕봉의 웅장한 자태를 바라보게 된다. 수많은 이야기와 산꾼들의 추억들을 품은 지리산 주능선 등산길은 겹겹이 겹쳐진 산너울 속에 감추어진 채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진다.


남쪽으로는 섬진강이 굽이쳐 흐른다. 여기서 운해라도 피어 올라오면 노고단이 천상의 세계로 변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하얀 솜 같은 운해가 지리산 주능선을 넘나들면 지리산의 준봉들은 두둥실 구름바다 위에 뜬 섬으로 변한다.


대자연의 장관 앞에 서면 삶 속의 지치고 고단한 기억은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노고단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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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 기슭에는 산상의 아름다움에 반한 속세의 혼탁함과 탐욕도 적지 않게 혼재하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


지리산 문화의 주류인 불교사찰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천은사의 불법 통행료 강제징수는 탐욕의 극치이고 오랜 기간 이를 해결 못하는 공공기관 들은 무능의 극치이다.


지리산 노고단을 중심으로 개발과 보호의 관점도 격하게 대립된다. 있는 그대로에서 좀 더 보완하고 특성화 한다면 통제와 난개발 없이도 노고단은 충분히 아름다운 우리들의 마음에 고향이 될 수 있을 것인데 극단적인 갈등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만 깊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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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정상에서 천왕봉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본지 몇 해가 지났는지 기억에 없다. 첩첩 의 산 능선에 골안개가 살짝 드리우고 붉은 빛으로 떠오른 태양이 노란 빛으로 변하면 그 밑으로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지리산의 몽환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보호시설을 잘 해 놓고도 이런 모습을 탐방객들이 볼 수 없게 하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과도한 통제와 단속은 지리산의 가치를 숨기는 일일 수도 있다.


지리산의 가치를 필름에 담는 필자의 입장에서 특히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훼손에 대비한 적절한 설비와 홍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된다면 다양한 지리산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다 확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의 염원을 들어주는 지리산 노고단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삶에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글/사진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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