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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도 정치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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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


도시의 바쁜 일상에서 나는 정치판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 식견과 폭넓은 경험을 갖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주장해 주고 불의에 항거해 줘 조금씩이나마 세상이 옳은 방향으로 순항해 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을 사고팔며 권력욕에 한 도시를 피로 물들였던 80년대에 비하면 지금은 천상의 세계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어떠한 이유로도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 하는 잔혹하고 무식한 시대는 지났다. 매일 같이 매스컴을 통해 갈등에만 혼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정치판을 보지만 이 또한 세상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한 과정임에는 틀림이 없다.


구성원 누구나 보다 안전하고 여유롭게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판의 지향점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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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의 아름다움을 느껴 본 지리산 일출봉의 어느 여름날 아침


지리산에 살면서 부터는 지역의 정치판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지역의 정치판은 먹고사는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인권과 안위는 중앙 정치판에서 담당해 준다고 보면 지역에선 실생활의 문제에 보다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요구되는 정치 지도자의 덕목도 다를 수밖에 없다. 중앙 정치판에서는 각기 특정분야의 특출난 전문성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지만 지역의 정치판에선 경륜과 경영마인드를 가진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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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력에 대항 해 몸으로 강을 지킨 사람들


지역사회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취약한 생산성에 있다. 또한 생산성을 고려하지 못한 투자와 분배가 지역의 삶을 악순환 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실제로 보여주는 지표가 지역사회의 제정자립도 이다.


예산이 없다는 말을 쉽게 하는 자치단체는 스스로를 바보라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호주머니 쌈짓돈으로 하는 소규모 개인사업과는 다른 문제이다. 의지와 소신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전략적 선택과 집중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의 생산성을 신장시키는 것이 지역정치의 가장 큰 목표라고 볼 때 그간의 지도자들은 모두 능력과 소신이 부족했다는 반증이고 주민들이 대표를 잘 못 뽑은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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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야봉에서 바라본 평온한 저녘노을


지역 유권자들의 눈높이에도 책임은 있다. 지속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정책을 펴야만하고 그 정책이 결코 생산적이지 못한 것이라 할지라도 멈출 수 없는 지역정치 지도자들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누군가는 영속적 지지를 포기하더라도 발전적 정치를 이끌어갈 용기와 소명의식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 지도자와 직업정치인의 차이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특정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지방의원 후보들이 모두 후보직을 사퇴하며 특정정당의 공천을 받은 분들이 무투표 당선되는 경우를 보았다. 코메디 같은 일이다.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후보를 사퇴한 분들은 지역민들의 투표권을 박탈한 것과 다를바 없다.


특정 정당이 지역민의 대표를 임명한 것과 같은 꼴이다. 후보직을 사퇴한 입후보자는 자신의 경륜과 소신을 무시한채 특정정당의 뜻에 지역정치를 맏기겠다는 의사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역별 특정정당 지지성향이 이토록 극명해 지역주민 대표를 뽑는 것까지 영향을 주는 현실은 안타깝고 참 곤혹스런 일이다.


지역의 살림살이를 이끌어가는 민의가 특정 정당에 종속된다면 그들의 정치적 목적에만 이용당할 여지가 클 수 있으며 결코 다양한 분야의 지역발전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역의 살림살이는 특정정당의 정치적 리더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살림꾼이 필요하다. 지리산에 살며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정당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치판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특정정당의 정치적 지배력 속에서 지역 정치인들이 태만하고 안이한 자세로 줄서기에만 급급 한다면 지역의 발전은 요원한 꿈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글/사진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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