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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바래봉엔 철쭉만 있는게 아니다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jpg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


바래봉은 지리산 북쪽 끝자락에 있는 봉우리이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둥글며 온화한 자태를 자랑하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지리산의 대표적인 봉우리 중 하나 이다. 1,167m 그리 높지 않은 산봉우리 이지만 봄철만 되면 수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지리산의 명소이기도 하다. 지리산 바래봉은 지리산 문화의 중요한 한축을 품고있는 운봉 고원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으며 산골마을 사람들의 삶을 오롯이 지켜주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바라 보이는 바래봉의 저녁 노을은 너무도 아름답고 경이로운 모습이다. 지리산에서 느끼는 삶의 행복 중 크게 한 부분을 바래봉 저녁 노을이 담당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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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길섶 갤러리에서 바라본 지리산 바래봉의 노을


바래봉 정상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모습을 품고 있다. 넓은 초원과 철쭉 군락이 몽글몽글 잘 발달해 있어 지리산의 다른 봉우리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이다. 1970년대 초 바래봉 은 호주에서 들여온 양들의 시범 방목지였다. 먹성 좋은 양들은 바래봉의 모든 초목을 닥치는데로 먹어 치웠는데 단 하나 독을 품고 있는 철쭉 만큼은 먹지 못했다. 이후 초원의 산능선에 철쭉 군락만 남아 자라게 되었는데 지금의 유명한 바래봉 철쭉이 그것이다. 현재에도 바래봉 아래 고원지대인 운봉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운영하는 가축유전자 시험장의 넓은 목장이 초원을 이루고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해마다 5월초가 되면 지리산 바래봉 인근에서는 잔치 마당이 벌어진다. 전국에서 10여만명 이상의 탐방객이 다녀가는 지리산 바래봉 철쭉제가 열린다. 일상에 치친 수많은 사람들에게 휴식처가 되어주는 설레임의 잔치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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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 팔랑치의 화사한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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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을 오르는 산사진작가(한국사진작가협회 익산지부장 박 균철 사진작가)


앞만 바라보며 가는 세상이 지금이지만 간혹 퇴보하는 것도 있는 듯하다. 10여년전 지리산 바래봉 철쭉제는 왁자지껄한 잔치마당이었다. 조금은 보기 민망한 취객들 행태도 눈에 띄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어느해부터 축제장이 주차공간과 노점들 몇몇 늘어서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곳으로 변해 버렸다. 인근에는 엄청난 예산을 들인듯 보이는 허브랜드가 자리잡고 있는데 허브는 별로 안보이고 잡초만 무성하다. 수많은 인파가 지역의 자랑거리인 허브랜드를 스쳐지나 갈뿐 아무도 들어와 돌아보는 이가 없다.


풀을 뽑는 할머니들 몇 분이 쉴새없이 허리 굽혀 손을 놀려 보지만 끝이 없어 보인다. 축제장이 먹고 마시고 흥에 겨워 고성방가하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지리산이 내어준 선물로 가치 있는 볼거리가 주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 준다면 진정한 지역의 문화를 자랑하고 색다른 감동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은 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의 삶이 조금은 개선되고 젊은이들이 지리산에서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이유 있는 방치이겠지만 진주를 실로 꿰지 못하는 형국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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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뜰 두락리 뒷산 가야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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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천 산내면 초입의 섬바위


지리산의 장대한 능선은 지리산 바래봉에서 시작해 산청의 웅석봉에서 끝난다. 산꾼들은 이를 흔히 지리산 태극종주 코스라고 말한다. 바래봉은 북서쪽으로는 넓은 고원의 평원을 바라보고 동남쪽으로는 깊은 계곡과 웅장한 산줄기를 마주한다. 이 안에서 우리의 선조들은 철쭉보다 더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멀리 보이는 아영 뜰에는 선사시대의 지석묘 유적들과 가야시대의 대규모 고분군들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아영 두락리 가야 고분군에서는 철기문화 유물들이 발굴되어 지리산이 고대 철기문화의 메카였음을 입증 해주고 있다. 서쪽 운봉 뜰은 판소리 동편제의 태동지이고 태조 이성계의 황산대첩지 이기도 하다. 나는 이리 높은 산중에 이리도 넓고 살기 좋은 평원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며 지리산 문화를 꽃피운 선조들의 흔적들이 마을들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바래봉 동쪽으로는 깊은 골짜기이다. 인월에서 산내로 흘러들어가는 람천에는 수많은 포트홀과 괴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천혜의 지질공원이 숨어있고 해학소설 변강쇠전의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 모두가 바래봉이 품고 있는 절경이며 바래봉이 피운 지리산 문화의 꽃이다. 나는 바래봉이 품고 있는 한 마을에서 살고 있는 것이 참 자랑스럽다.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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