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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무엇이 그리도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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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


  도시의 삶을 버리고 지리산 자락에 스며들어 둥지를 틀은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토록 소망했던 지리산에서의 삶이었지만 그리 녹녹하지는 안았던 것 같다. 따뜻한 품으로 온전히 안아줄 줄 알았던 산골 마을의 삶에도 갈등과 반목이 구석구석 숨어 있었다. 갈등의 와중에도 다행히 잡목 우거진 야산에 터를 다듬고 흙을 반죽해 황토집을 지었다. 조그만 갤러리도 짓고 그간 지리산에서 작업해 온 사진작품도 몇 점 벽에 걸었다. 비로소 소망했던 지리산에서의 삶의 터전을 일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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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황토흙집


지리산둘레길이 만들어지고 나서 인월-금계 구간에 인접 해 있는 나의 집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고, 여러 방송 매체에도 소개된 바 있다. 그들이 부러워하는 표정으로 처음 하는 대부분의 질문은 “당신은 지리산이 왜 그리도 좋아요?”이다. 솔직히 이유를 똑 부러지게 한두가지로 말하기는 참 어렵다. 상투적으로 흔히 하는 대답은 “공기가 좋다”와 “자연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서”이다. 삶의 둥지를 새로이 틀게 된 이유로는 너무도 뻔하고 시시한 답변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더 깊은 오지도 있고, 기암괴석과 고목들이 어우러진 경치 좋은 곳들도 많이 있다. 반면에 지리산에선 딱히 내놓을 만한 특출 난 자랑거리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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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봉에서 본 지리산 운해


번잡한 도시에서 살며 산의 풍경을 필름에 담고 싶다는 욕망에 지리산을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했다. 사진작업을 통한 느낌으로 지리산은 설악보다 화려하지 않고, 태백보다 장엄하지도 못하다. 그러나 지리산엔 알 수 없는 끌림이 있다.

필름으로 담겨지는 지리산의 모습이 가끔은 나의 숨을 멈추게 한다. 어떤 이유에서 일까?.


참으로 답을 찾기 어렵다. 이렇게 10년 산정에서만 지리산을 느꼈다. 너무 삶이 힘들고 고달플 때 지리산은 나를 편안하게 안아주었다. 폭풍한설이 몰아치는 겨울날 온몸에 냉기가 스며들어도 반야봉에만 오르면 마음이 얼마나 포근했는지 모른다. 다른 산들이 가진 모습들과 크게 차이도 없는데 왜 이토록 지리산에만 끌리는 것인지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고민과 결심이라는 단계를 슬쩍 뛰어넘어 너무나도 당연히 그래야 되는 것처럼 지리산자락에 삶의 둥지를 틀었다. 그렇게 또 10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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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살다 보면 바뀔 수 도 있겠지만 지금 지리산이 좋은 이유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다양성이다. 적절한 높이와 비교적 넓은 품의 지리산은 풍요로운 숲과 맑은 계곡을 품고 있고, 사방의 산자락 끝으로는 아주 크지는 않지만 비옥한 뜰들이 발달해 있다. 남서쪽 뻗어 내린 산자락은 섬진강을 끼고 남해 바다를 바라본다. 북동쪽 자리한 산자락은 낙동강의 한 줄기를 발원하며 백두대간을 바라본다. 그 속에 다양한 사람들이 각각의 생각과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큰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는 다양한 삶의 문화를 창출하며 유지해 가고 있다. 지위가 높고 낮고, 학식이 많고 적고, 힘이 세고 약하고에 상관없이 누구나 각자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소박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곳 여기가 바로 지리산이다. 세속의 삶에서 상처받고 지친 사람들이 찾는 무릉도원이 지리산인 것은 단순하지만 바로 이런 까닭이다.


지리산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급격한 현대화 속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며 사는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찾아 평안을 느꼈으면 좋겠다. 지리산은 늘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어머니의 품 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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