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케이블카, 불가능한 계획이다!
가을이다. 냉함과 뜨거움을 반복하는 가을날의 밤과 낮은 나무와 풀들의 색깔은 바꿔놓는다. 지리산은 투명도를 더해가고, 산색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행복하다.
10월 17일 11시 노고단대피소 앞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이하 지리산공동행동)이 출범했다. 지리산권, 경상남도, 전라남·북도에서 활동하는 40여개의 환경, 종교, 주민, 사회단체들이 함께 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노래 부르고 춤추고 이야기 했다. 기쁜 일은 아니었으나 가을의 아름다움을 노래했고, 지리산에 감사하며 서로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말했다. 지리산을 위협하는 케이블카에 반대한다고, 4대강사업으로 망가진 자리에 산마저 빼앗길 수 없다고, 설악산국립공원을 지키기 위한 국민적 저항에 함께 한다고, 아이들과 야생동식물의 보금자리인 지리산을 케이블카에 내주지 않겠다고. 말하고, 노래하고, 노래하고, 말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말하고 춤추고를 반복했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모든 케이블카에 반대하냐고? 우리는 국립공원 케이블카에, 국립공원에서도 절대 보전해야하는 공원자연보존지구에 들어서는 케이블카에 반대한다고 답한다.
법에 공원자연보존지구는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한 곳,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 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곳 등을 특별히 보호할 목적으로 지정한다고 되어있다.
특별한 그곳은 국토 면적의 1%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난 15년 동안 특별한 그곳에 케이블카가 건설되면 안 된다고 말했을 뿐이다.
지난 8월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양양군이 제출한 설악산케이블카계획을 가결시켰다. 이날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은 법을 위반하고, 가이드라인을 위배하고, 경제성 보고서를 조작한 결과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설악산케이블카가 가결되자 지리산권 4개 지자체(산청·함양·구례·남원)는 지리산에도 케이블카가 건설될 것처럼 떠들고 다녔다.
▲ 4개의 지자체가 추진 중인 지리산케이블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리산국립공원의 주능선을 넘어가는 총연장 10Km 규모의 케이블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구례군은 산동온천에서 종석대로 이어지는 케이블카를, 남원시는 운봉허브밸리에서 바래봉으로 케이블카를 올린 후 바래봉에 호텔까지 짓겠다고 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2012년 환경부는, 4개 지자체가 추진했던 지리산국립공원 케이블카 계획을 모두 부결하였다. 당시 환경부는 지리산의 경우는 4개 지자체가 단일화한 안을 올리면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 말의 의미는 지리산국립공원은 1개의 케이블카 계획으로 단일화하지 않으면 검토조차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4개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리산케이블카는 실현 불가능한 사업이다.
그럼에도, 4개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앞장세워 마치 케이블카가 건설될 수 있을 것처럼 지역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산악 케이블카가 경제성이 없음은 내장산, 가지산 얼음골, 팔공산 등에서 이미 확인되었음에도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케이블카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이다. 지리산국립공원엔 천연기념물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고, 전체 면적의 35%(157㎢)가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케이블카가 올라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지리산권 지자체가 케이블카 대신 지리산을 보전하면서도 주민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그것은 더디고 답답해보여도 우리와 우리 아이들,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체가 공존하는 길일 것이다.
<글_ 윤주옥 협동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진_ 허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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