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아동청소년계장 경위 조휴억
어린 시절 설날은 늘 기다려지던 명절이었고 즐거운 날이었다. 설빔으로 새 옷을 얻어 입는 기쁨과 어르신들께 세배를 드리고 받는 세뱃돈은 최고의 기쁨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현금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소통되는 여유의 통로인지도 모르겠다.
무릎을 꿇고 엎드린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을 다시 회수하여 어머니는 저축을 하셨다.
그리고 새 학년이 되면 학용품이나 공책을 사주셨다. 받아든 공책이나 연필에서 나던 향기로운 냄새를 지금도 기억한다.
민족의 대 명절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주부들은 진즉부터 이번 설날에는 어떤 식단으로 음식을 장만하여 먼 객지에서 달려 온 식구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을 것인지 궁리하고, 전통 대목장은 정성스럽게 차례 상에 올릴 제수를 구입하기 위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성시를 이룬다.
떡국용 떡가래를 빼는 떡 방앗간이나 쌀 튀밥, 콩, 깨강정을 튀기는 튀밥집이나 강정과자를 만드는 가게에는 저마다 준비해 온 그릇을 옆에 놓고 이야기꽃이 핀다.
고향을 찾는 자녀들에게 조금일도 더 먹일 량으로 할머니나 어머니들의 정성은 대단하다.
가래떡이나 강정이 만들어지길 기다리는 동안 조금이라도 맛보기로 나누는 음식이 얼마나 인정어린 아름다움인가!! 시대는 변해도 이러한 훈훈한 정은 변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차츰 예전의 풍경들이 시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모든 것이 편리위주로 치닫는 현시대는 개인주의나 배금주의 사상이 만들어낸 이기적 산물이다.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미풍양속이 사회 저변으로 확대되는 것은 나부터 조금씩 양보하고 나누는 일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배어나는 향기로움>이러함이 확산될 때 각박한 세상은 풍요로워지는 법 아닌가? 명절에 반가운 만남으로 서로 주고받는 정이 넘쳐나던 시절이 있었는데 오늘을 사는 위리에게 주어진 과제로 남아 마음 한 구석을 우울하게 하는 것은 어인 일일까?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점점 심화되는 빈부 격차로 상대적 빈곤을 느끼기 때문이며 얼어붙은 경기침체로 의기소침한 탓이다.
우리나라 보다 부유하지 못한 동남아국가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걸 보면 물질보다 마음에서 느끼는 풍요가 의미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설 명절에는 소유보다는 마음 비움으로 이웃이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향 선후배들과 추억과 희망을 나누는 넉넉한 자리가 되길 바라며 추운 이웃이 없는가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훈훈한 정으로 우리나라의 명절 세시 풍속이 세세토록 이어져 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아동청소년계장 경위 조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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