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그동안 국가발전을 견인했던 산업화와 더불어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되었지만 이제는 국내 대부분의 도시가 성장을 멈추고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도시도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탄생, 성장, 쇠퇴라는 라이프사이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토개발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144개의 도시 자치단체 중 이미 쇠퇴가 진행 중인 도시가 55개이고 쇠퇴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도시가 41개라고 발표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 도시의 60%이상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당시 국토개발원은 인구감소와 산업쇠퇴, 주거환경 악화라는 3가지 지표를 가지고 측정을 하였는데, 전북은 6개 도시 중 전주시 등 3개 도시가 이중 한 가지 지표에 해당되어 ‘쇠퇴징후를 나타내는 도시’로 분류되었고 남원시 등 3개 도시가 2개 이상의 지표에 해당되어 ‘쇠퇴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며, 특히 익산시는 3개 지표에 모두 해당되어 ‘심각한 쇠퇴가 진행 중’인 도시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30여년 전부터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하였으며 이웃나라 일본도 10여년 전부터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도시재생본부를 구성하고 ‘도시재생 특별조치법’을 제정하여 범정부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우리정부도 최근 이의 심각성을 인식,‘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도시재생사업단을 설치하여 국가의 중요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시쇠퇴의 근본적인 원인은 탈(脫)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가 쇠퇴하고 정보와 지식,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경제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획일적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유연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전환되면서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불가하여 많은 도시가 활력을 잃고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저성장기에 접어든 나라의 쇠퇴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대안은 무엇인가? 하드웨어 중심의 도시개발사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발빠른 자치단체에서는 도시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을 알아채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택지개발, 재건축 등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발을 빼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신도시 개발이나 산업단지 건설 등 도시의 외연적 확장보다는 기존 도시에 활력을 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재개발이나 신도시 건설 등이 물리적 환경정비에 그치는 것에 반하여 도시재생사업은 도시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역 고유의 창조적 자원을 활용하여 일자리까지 만들어 내는, 사회경제적 측면까지 고려하는 종합적 접근법이라는 점이다. 지역마다 활용가능한 창조적 자원은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이 문화예술자원이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창조자원을 활용한 창조산업을 역사유산, 예술, 미디어, 실용적 창조분야 등 4개 부문으로 나누고 있지만 미술, 패션, 영화, 음악, 공예, 디자인, 광고, 건축, 소프트웨어 등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창조자원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도시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창조성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 지역을 경영하는 최고의 자원은 구성원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이를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창조적인 조직, 그리고 그러한 조직을 지원하는 정치문화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흐름을 조기에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할 수 있는 창조적 리더십이 절실하다.(출처:SJB news.com)
/정헌율 전 전북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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