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은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즐겨 찾는다. 또 ‘추어탕’하면 남원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언제부턴가 ‘추어탕’은 ‘광한루"와 함께 남원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또 지역을 넘어‘남원’이라는 지역명을 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하루에도 수천그릇 이상 팔리며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전국 어디를 가도 남원 추어탕 간판을 만날수 있다.
▲남원추어탕거리 전경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5대 음식테마거리는 서울 신당동 떡볶이거리, 강릉 초당순두부거리, 대구 안지랑 곱창거리, 부산 광안리 민락동 횟집거리, 그리고 남원 추어탕거리다. 그 중 겨울에 가장 어울리는 메뉴는 남원의 추어탕이 아닐까 싶다.
▲남원추어탕에서 빠질 수 없는 시래기
추어탕은 배고픈 시절 농민들에게는 가을걷이가 끝난 후 여름철 축난 몸 추스르고 다가올 추위를 대비해 먹는 보양식이기도 했다. 추어탕 먹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찬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사이라지만 요즘에는 기운 떨어질 때면 언제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추어탕이다.지역마다 추어탕을 끓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사골 국물에 두부를 넣는 서울식이나 고추장으로 칼칼하게 끓이는 원주식과 달리, 남원 추어탕은 미꾸리만 사용하고 된장과 들깨 불린 물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다. 다른 채소 없이 시래기로 시원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추어탕의 재료 미꾸리
남원추어탕이 유명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남원에서 추어탕이 알려진것은 지리적으로 지리산과 섬진강, 요천과 드넓은 평야에서 다양한 농산물과 미꾸리가 서식 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남원추어탕의 특징은 지리산에서 나는 고랭지 푸성귀를 말린 시래기와 질 좋은 젠피와 미꾸리를 쓴다. 미꾸라지보다 길이가 짧고 몸통이 둥글둥글하며 맛이 좋고 비린내가 적게난다. 남원시농업기술센타에서 토종 미꾸리 치어 생산에 성공해 남원 추어탕의 미꾸리 공급에 일조 하고있다.
▲ 추어탕 뚝배기들
남원 추어탕이 맛있는 비결은 무엇이며, 왜 그것도 남원 추어탕이어야 직성이 풀릴까? 먼저 남원의 소문난 추어탕 집을 열거해보자. "새집" "현식당" "합리식당""친절식당" '정식당" "부산집" "논두렁추어탕" "남원추어탕" "고향마루추어탕" "광성식당""3대원조할매추어탕" "가마솥추어탕" "동원추어탕" "문화회관" "춘향골부부식당" "새남원추어탕" "참살이추어탕" "월매추어탕""도령식당" "시골식당" "흥부골남원추어탕" "추어향" "송죽식당" 등 남원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이름들이다.
▲추어 숙회
특히 1959년 하동에서 시집와 광한루원 뒤편에서 추어탕을 끓여 팔기 시작한 50년 역사를가진 "새집", 부산에서 시집와 추어탕을 시작한 "부산집", 아들 삼형제의 이름을 넣어 쓰는 "현식당"등은 남원 추어탕의 역사다.이들은 적게는 20년에서 최고 50년까지 오랜 세월 추어탕만 팔아왔다. 세월의 깊이만큼 맛도 깊다. 이들은 추어탕의 대중화를 이끈 장본인들이다.
▲추어 튀김
추어탕거리에 있는 50여 개의 추어탕 식당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역사와 맛을 자랑한다.
1959년 남원시 조산동에서 '새집'을 개업한 고(故) 서삼례 할머니가 이곳에서 처음으로 은어요리, 추어탕, 추어숙회 등을 선보이고 미꾸리를 삶아 체에 걸려 우거지를 함께넣어 끓인 "새집" 조카 가 대를 이으면서 프랜차이즈 형식의 정식세트메뉴로 현대화를 이루었다. 뼈째 갈아 영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걸쭉한 추어탕을 내는 '3대원조할매추어탕’을 비롯해, 맵지 않은 어린이용추어탕과 인삼을 넣어 어르신용 효추어탕을 개발한'현식당', 인산죽염으로 간을 해 남원 전통의 짭짤하고 얼큰한 추어탕맛을 이어오고 있는 '흥부골남원추어탕', 하나부터 열까지 할머니의 정성과 손맛을 고집하며 자연산 미꾸라지를 쓰는‘고향마루추어탕’, 직접 손으로 살과 뼈를 발라내는 수타식 추어탕을 선보이는 ‘참살이추어탕’, 얼큰한 국물의 ‘부산집’, 맑은 국물이 깔끔한‘동원추어탕’, 할매 할배 인정 넘치는'부부식당' 등 추어탕 집집마다의 특색과 서로 다른 맛 덕분에 취향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다는 점이 추어탕거리의 매력이다.
▲잰피가루
남원 추어탕 미덕은 무엇보다 서민적이다. 단돈 8,000원이면 고픈 배를 너끈히 채울 수 있기에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에겐딱이다. 게다가 맛은 어떤가. 담백한 국물과 시래기의 은은함,그리고 미꾸리의 씹는 질감, 입천장이 데일만큼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며 추어탕을 먹다보면 땀은 송글송글, 포만감과 개운함으로 한나절은 행복하다.여기에 밥과 깍두기, 젓갈, 초피, 땡초, 밑반찬과 추어국물은 무제한 제공된다.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양푼에 추어탕을 가지고 다니시며 권하는, 세상에 어떤 음식점이 이렇게 푸짐할까 싶다. 그래서 추어탕은 넉넉한 남원의 인심을 유감없이 알리는 대중적 음식으로 제격이다.
▲남원 추어탕은 큰솥에서 끓인다.
태생적으로 본성이 강건한 미꾸라지는 그 움직임이 활발할 수밖에 없다. 진흙 속에서 꿈틀대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 힘차게 몸을 움직여야 했고 그것이 습성이 되었으니 생명의 에너지는 대단한 것이다. 그러한 미꾸라지를 탕으로 끓여 먹으니 약이 되지 않을 수 없다.그런 면에서 추어탕은 단순히 몸만 보양하는 음식이 아니다. 미꾸리의 끊이지 않는 생명력, 그 활력을 닮고 싶어하는 연약한 사람의 마음까지 보듬는 마음의 보양식이다.
▲현대식 세트메뉴(위부터 추어튀김,추어숙회,추어탕)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알려진 추어탕 한 그릇의 값을 대하는 이들의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부담없는 음식으로 인식됐던 추어탕은 8,000원으로 오르면서 더이상 싼 음식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반면 무한정 제공되는 추어탕의 특성을 감안하면 적정하다는 인식도 있다. 좋은 미꾸리를 조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부터 육수 그리고 먹고싶은만큼 무한정 제공되는 추어탕은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모든것이 우리네 인생살이와 별반 없다. 남원의 인심이나 세상의 인심이나 다를건 없지만 우리 남원만의 인심이, 맛 또한 구수하게 만드는거 같다. 남원의 술꾼들이 술잔을 부딪치며 하는소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 편 집 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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